‘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이 책은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책으로 어린시절부터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들이 책 속에 담겨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김지영으로 1982년 가장 흔한 이름이다. 이 흔한 이름의 주인공은 30대 여성을 대변하며 그녀의 일생동안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어린시절에는 어린 남동생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유리천장으로 인해 취업의 한계에 마주하며, 결혼을 해서도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한계에 마주하며, 엄마가 되고 난 후에는 ‘맘충’이라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고, 한계를 마주하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차별, 한계, 혐오를 맞닥뜨릴 때 김지영을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눈을 감아버린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있고 그 일은 피로와 무력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책을 잡고 그 자리에서 다 읽은 몇 안되는 책이다. 96년생임에도 이 82년생 여성의 삶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여성부가 출범하였다.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내면화되어 여전히 한국사회에 남아있다. 사실 나는 여성이지만 여고, 여대를 나와서 그런지 내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고, 페미니즘(여성을 성에서 기인하는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극복시키려는 사상)에 대해 큰 관심도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크고 작은 차별, 한계, 혐오를 받아왔는데도 이러한 것들이 당연시되고 내면화되어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시절 당연히 여겼던 남자가 앞 번호, 여자는 뒷 번호인 것, 대외활동을 하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발표에 더 적합하다 했던 팀원의 말, 경제학을 여자가 배워서 뭘 하나, 여자에게 교사가 최고라던 이모부의 말 등 내가 살아오면서 맞닥뜨린 크고 작은 차별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페미니즘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사회는 남성중심적이지만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며 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연습을 하고 하고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비의 날개짓이 큰 태풍을 몰고온다는 나비효과를 나는 믿는다. 나부터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작은 날개짓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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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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